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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석 원장 난임 칼럼

난임검사 다낭성난소증후군(PCOS)과 난임, 진단부터 치료 방향까지

작성일26-07-11 22:02 조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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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성난소증후군(PCOS)과 난임, 진단부터 치료 방향까지

연세아이소망여성의원 대표원장 박이석

오랫동안 난임 시술을 하다 보면 반쯤 점쟁이가 되는 순간이 있다. 

처음 내원하신 분이 "생리가 원래 고등학교 때부터 불규칙했어요"라고 말씀하시면,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어느 정도 예측이 되는 것들이 있다. 체중이 조금씩 늘었다는 이야기, 피부 트러블이 유독 심했다는 이야기까지 더해지면, 초음파와 혈액검사를 해보기 전부터 마음속으로 먼저 준비를 하게 된다.

그리고 검사 결과를 설명드릴 때가 온다. "다낭성난소증후군입니다"라는 말을 들으시면 대부분의 환자분들이 처음에는 질환의 이름보다 한 가지에만 집중하신다. 

"그러면 임신은 가능한 건가요?" 이 질문에 나는 수십 년간 같은 대답을 해왔다. 가능하다고. 다만, 정확히 파악하고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나는 삼성제일병원 불임센터 소장, 차병원 불임센터 진료과장을 거치면서 정말 많은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분들을 만나왔고, 

이 질환은 난임의 원인 중에서 치료 반응이 비교적 좋은 편에 속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물론 그 전제는 정확한 진단과 단계적인 치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낭성난소증후군, 모르고 지내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다낭성난소증후군은 가임기 여성의 약 8~13%에서 나타나는데, 놀라운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이 질환을 가진 여성의 약 70%가 진단을 받지 못한 채 지내고 있다는 점이다. 

생리가 두세 달에 한 번 오는 것을 그냥 체질로 여기거나, 체중 증가를 식습관 탓으로만 돌리다가 임신을 시도하면서 비로소 병원에 오시는 분들이 많다.

나의 진료실에서도 이런 분들을 정말 많이 뵙는다. 

내원 이유를 여쭤보면 "임신이 안 돼서 왔어요"라고 하시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사실 10대 때부터 생리가 불규칙했고, 그걸 한 번도 문제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고 하시는 경우가 꽤 많다. 

그래서 검사를 하고 결과를 설명드리면 "이런 게 있었는지 몰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증상이 다양하고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본인이 이 질환인지 모르고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참고: WHO. Polycystic ovary syndrome. 2023. / 2023 International Evidence-based Guideline for the Assessment and Management of PCOS (Human Reproduction, 2023;38(9):1655-1679)

진단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진단은 현재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로테르담 기준(Rotterdam criteria)을 따른다. 

내원하시면 초음파 검사, 혈액검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종합해서 다음 세 가지 중 두 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진단하게 된다.

진단 기준내용
배란 장애생리 주기가 35일 이상으로 불규칙하거나, 무월경이 지속되는 경우. 배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고안드로겐혈증혈액검사에서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게 나오거나, 여드름·다모증(hirsutism)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다낭성 난소 소견초음파에서 난소에 작은 난포가 12개 이상 보이거나, 난소 용적이 증가한 경우. 2023년 가이드라인에서는 AMH 수치로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2023년 국제 근거 기반 가이드라인(ASRM과 ESHRE가 공동으로 발표)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하나 있었다. 

기존에는 초음파가 필수였는데, 이제 성인 환자에서 AMH(항뮬러관 호르몬) 수치를 초음파 대신 사용할 수 있게 인정된 것이다. 

AMH가 높다는 것은 난소에 작은 난포가 많다는 뜻이니 다낭성난소증후군의 특성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빠뜨리면 안 되는 과정이 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진단은 다른 원인을 먼저 배제한 뒤에 내려야 한다. 

갑상선 기능 이상, 부신 질환, 고프로락틴혈증 등이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어서, 혈액검사와 호르몬 검사를 통해 이런 질환들을 먼저 확인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진단이 정확해야 치료 방향도 제대로 잡을 수 있으니까.

참고: Teede HJ et al. "Recommendations from the 2023 International Evidence-based Guideline for the Assessment and Management of PCOS." Hum Reprod. 2023;38(9):1655-1679.

왜 임신이 안 되는 걸까

다낭성난소증후군이 난임으로 이어지는 핵심 이유는 배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생리 주기에서는 매달 하나의 난포가 충분히 자라서 배란이 되는데, 다낭성난소증후군에서는 여러 개의 난포가 동시에 자라다가 어느 것도 제대로 성숙하지 못하고 멈춰버리는 일이 반복된다. 

배란이 안 되면 정자를 만날 난자가 없으니, 자연 임신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환자분들이 오해하시는 부분이 하나 있다.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의 난소에는 오히려 난포가 많다. 난자가 부족해서 임신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있는 난자가 제때 나오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난소예비력이 떨어져서 임신이 어려운 경우와는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배란만 제대로 도와주면 임신 가능성이 올라가고, 그래서 이 질환은 치료 반응이 비교적 좋은 편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이다.

물론 다낭성난소증후군에는 배란 문제 외에도 인슐린 저항성, 체중 증가, 몸 안의 만성적인 미세 염증 같은 것들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고, 이런 요소들이 임신율이나 임신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배란 유도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반된 문제들을 같이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는 계단을 오르듯 단계적으로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인한 난임 치료는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씩 올라가면서 반응을 보는 구조다. 

2023년 국제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순서를 기준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가장 먼저,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게 모든 치료의 바닥이 된다. 체중이 정상 범위를 넘는 환자분의 경우, 체중의 5~10%만 줄여도 배란이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다. 

식이 조절과 규칙적인 운동은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그것이 호르몬 균형의 회복으로 이어진다. 

나도 약물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이 부분을 먼저 같이 잡아나가고, 상황을 보면서 약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다음 단계는 배란 유도 약물이다. 2023년 가이드라인에서 1차로 권고한 약물은 레트로졸(letrozole)이다. 

그동안 1차로 많이 써왔던 클로미펜(clomiphene)보다 배란율과 임신율이 더 높다는 근거가 쌓이면서, 1차 치료제의 자리가 바뀌었다. 

클로미펜은 메트포르민과 함께 쓰는 2차 치료로 내려갔고, 레트로졸에 반응이 없는 경우에 고려하게 된다.


그래도 안 되면 주사제를 쓰게 된다. 성선자극호르몬(gonadotropin) 주사를 통해 배란을 유도하는 것인데,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분들은 난포가 한꺼번에 많이 반응할 수 있어서 과배란이 되기 쉽다. 

그래서 아주 적은 용량에서 시작해서 천천히 올려가는 방식이 중요하다. 이 부분은 경험이 필요한 영역이다.

마지막 단계가 시험관아기(IVF)다. 배란 유도를 여러 차례 시도했는데도 임신이 안 되거나, 난관 폐쇄나 남성 인자 같은 다른 원인이 함께 있는 경우에 고려한다.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는 과배란자극증후군(OHSS)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프로토콜을 신중하게 골라야 하고, 가이드라인에서는 단일 배아 이식을 권고하고 있다.

단계치료 방법비고
기반생활습관 교정 (식이, 운동, 체중 관리)모든 단계에서 병행. 체중 5~10% 감량 시 배란 회복 가능
1차레트로졸 (letrozole)2023 가이드라인 1차 권고 약물. 클로미펜 대비 배란율·임신율 우위
2차클로미펜 + 메트포르민 / 성선자극호르몬 / 난소 수술1차 치료에 반응이 없는 경우
3차시험관아기(IVF)배란 유도 반복 실패 또는 다른 난임 원인 동반 시. OHSS 주의

참고: 2023 International Evidence-based Guideline: "Letrozole is the preferred first line pharmacological infertility therapy." (ASRM/ESHRE)

배란 유도가 전부는 아니다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분의 난임 치료에서 내가 늘 환자분들께 말씀드리는 것이 있다. 배란을 유도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배란이 잘 이루어질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환자분은 혈당 관리가 배란율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갑상선 기능은 정상인지, 

비타민 D 수치는 충분한지, 수면 패턴은 괜찮은지, 스트레스가 과하지는 않은지.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교정해 나가야 한다. 

이 부분이 안 갖춰진 상태에서 배란 유도 약물만 쓰면, 기대만큼의 결과가 안 나오는 경우를 적지 않게 경험해 왔다.

수십 년간 이 일을 하면서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 있다면, 같은 다낭성난소증후군이라 해도 환자분마다 반응이 정말 다르다는 점이다. 

배란 유도 약물 한 주기 만에 임신되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여러 단계를 밟아야 하는 분도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렇게 하면 됩니다"라고 단정 짓기보다, 

한 단계씩 진행하면서 반응을 확인하고, 거기에 맞춰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른 길이 된다.

마치며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진단받고 임신 걱정을 안고 계신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 질환은 난자가 없어서 임신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난자는 있는데 제때 나오지 못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고, 그 문제는 치료로 도울 수 있다.

다만 "다낭성난소증후군이니까 배란 유도 약 먹으면 됩니다"로 끝날 만큼 단순하지는 않다.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분, 체중 관리가 필요한 분, 남편 쪽 요인이 함께 있는 분 등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검사를 통해 본인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 그것이 첫걸음이다.

나는 삼성제일병원과 차병원에서, 그리고 지금 연세아이소망여성의원에서 정말 많은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분들을 만나왔다. 

정확히 진단하고 단계적으로 맞춰 나갔을 때, 건강한 아이를 안게 되신 분들이 많았다.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마음부터 무거워지실 필요는 없다. 다만 그 진단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글쓴이

박이석 대표원장

연세아이소망여성의원 | 산부인과 전문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전 삼성제일병원 불임센터 소장 | 전 차병원 불임센터 진료과장 | 현 연세대 의대 산부인과 외래교수 | 현 차의과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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